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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리뷰, 감상

만화 식사는 하셨어요? Buonappetito! 작가 소개, 줄거리, 후기

by 김토식 2023. 3. 11.

이탈리아 요리하면 주로 파스타, 피자를 떠올리죠.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맛있는데, 알고 보니 이탈리아에는 더 많은 종류의 맛있는 음식이 있다네요. 17살 때부터 이탈리아에서 살아온 일본 작가 야마자키 마리의 만화 식사는 하셨어요? Buonappetito! 의 줄거리와 후기, 그리고 작가소개를 해볼까 합니다.

 

 

 
식사는 하셨어요
『식사는 하셨어요?』는《테르마이 로마이》의 만화가이자 이탈리아인과 결혼한 야마자키 마리가 선보이는 쉽게 만들어 먹는 이탈리아&포루투갈 요리 레시피를 만화로 생생하게 그려낸 책이다. 크게 만화 파트와 레시피 파트로 나누어, 각 장에 등장하는 요리 중 하나를 골라 그 장의 말미에 상세한 레시피를 그림과 함께 수록하여 독자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하였다. 더불어 이탈리아가 아닌 일본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기준으로 레시피를 만들어 한국 독자들도 어렵지 않게 레시피를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저자
야마자키 마리
출판
애니북스
출판일
2013.09.06

 

 

 

작가 소개 

 

야마자키 마리는  1967년 도쿄 출생이며, 홋카이도 삿포로에서 어린 시절을 주로 지냈습니다.

14살 때 독일과 프랑스에 홀로 여행을 가게 되었고, 거기서 이탈리아 도예가를 만납니다. 

그 손자와 결혼 후 이탈리아 북부, 포르투갈, 미국 시카고 등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겪은 음식 이야기와 자전 에세이를 출간했습니다. 만화 <테르마이 로마이>로 2011년 일본 만화 대상, 제14회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을 수상했습니다. 

 

 

줄거리

 

이야기는 작가가 열일곱의 나이로 이탈리아의 피렌체에서 미술공부를 할 때부터 시작됩니다. 

당시의 작가는 여러 룸메이트들과 룸셰어를 해야 했기에, 이탈리아 지방의 여러 음식들을 맛보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나폴리탄 스파게티를 진짜 나폴리 사람들에게 소개해주는 에피소드, 시칠리아와 나폴리의 피자대결, 미네스트로네가 따뜻하게 가난한 위장을 데워준 이야기, 길거리에서 사 먹은 파니니, 일본식이 그리워져서 먹은 미소카츠, 토스카나식 샐러드 판자넬라, 심지어 한 컷 정도 나오지만 한국 불고기 이야기, 포르치니 버섯과 연말연시에 먹는 특별한 음식들.

거기에 포르투갈과 브라질 음식까지 나옵니다. 뒤편에 제법 자세한 레시피도 같이 나와있습니다.

 

 

 

후기

Buon appetito! 는 이탈리아말로 맛있게 드세요! 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 만화를 보면서 피자는 이탈리아어로 '삐짜'가 더 가까운 발음이란 걸 알게 되었어요. 

중동에서는 입맛이 몹시 보수적이라 중동음식점 말고는 찾기가 참 힘들다고 하는데, 피자 가게만큼은 꼭 있다고 하네요.

미국의 이라크 전 당시 있었던 실화를 베이스로 만든 영화 '제네레이션 킬'에서도 첫 화에 피자헛에서 그 안쪽 미군 베이스캠프까지 배달을 시키는 장면이 나옵니다. 어떻게 이렇게 척박한 환경에서 장병들이 즐겁게 피자를 먹는지 어쩐지 불안해하던 중위가 이유를 찾아내고 화를 내죠. AK소총이나 수류탄보다 강력한 무기, 피자인 것입니다.  

그래서 작가는 이탈리아인들의 콧대가 높은 게 이해가 된다고 써놨는데 정말 공감합니다. 전 세계에서 피자 먹자고 했을 때 거부할 사람이 그렇게 많을까요?

시칠리아에서는 피자 도우를 풍성하고 두툼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푹신한 도우가 씹을수록 맛있어서 감탄하며 먹던 작가. 그러다 피자를 만들어준 시칠리아 룸메이트인 로자리아에게 한눈을 파는 남친에게 화가 난 나폴리 출신 티나, 결국 자기가 본고장의 맛을 보여주겠다고 선언합니다. 

나폴리는 마르게리타 피자의 본고장입니다. 얇은 도우에 모차렐라 치즈와 토마토소스, 바질을 얹은 바삭한 피자. 이 맛도 좋다며 맛있게 먹는 작가와 티나의 남자친구. 결국 두 자존심 강한 천재들은 서로 자기 지방의 피자맛이 옳다고 다투게 되고, 그러다 결국 피자를 집어던지고 맙니다. 천장에 철썩 붙은 피자는 한동안 떨어지지 않았다니 그저 웃음만 나오더라고요.

이탈리아의 '정통' 피자는 지방에 따라 특색도 강하고 서로 자존심 대결을 할 만큼 맛있나 봐요. 

 

 

저는 특히 이탈리아의 연말연시라는 에피소드가 재밌었습니다.

한 나라 고유의 음식이 특히 빛을 발할 때는 주로 연말과 연시가 많거든요. 그때만큼은 각 나라의 가장 보편적이고도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요리를 내놓기 때문입니다. 원래 한국도 떡국은 비싸고 귀한 쌀로 떡을 만들어서 먹는 고급스러운 음식이 일 테니까요. 

이탈리아의 마트도 매대가 텅텅 비고 세상에 종말이 올 것처럼 냉장고를 꽉꽉 채워 넣는다고 합니다. 

작가 남편의 본가도 북 이탈리아에 있는데,  도착하자마자 일을 거들어야 할 정도로 많은 양의 음식을 준비합니다. 살라미, 소시지, 등심, 지방은 라드로 만들어서 보관하는 등.

그리고 크리스마스이브인 12월 24일에는 기독교의 상징인 생선을 먹습니다. 해산물 프리터, 농어 소금구이, 모시조개 스파게티가 주 메뉴인 것 같아요. 물론 내륙도 많지만 바닷가가 많은 이탈리아의 싱싱한 해산물. 그걸로 만든 요리들이라니 저절로 침이 고이네요. 

12월 25일 점심부터는 육류 위주인 고칼로리에 고단백질 요리를 먹습니다. 토르텔리니 수프, 돼지 앞다리 소시지인 잠포네, 호로새의 로스트구이, 렌틸콩 조림. 거기에 박싱데이인 12월 26일을 지나면 연어 크림소스 감자 뇨끼, 옥수수로 끓인 죽 폴렌타, 굴라쉬, 생 햄을 먹는 스펙, 한 조각에 700칼로리인 디저트 파네토네를 먹는다고 합니다. 

1월 1일이 밝으면 라자냐에 송아지 스테이크, 카나페의 한 종류인 크로스티니, 북 이탈리아의 명물 디저트 몬테 비앙코 까지! 

이 에피소드의 끝 부분에 몬테 비앙코의 간단한 레시피가 나옵니다. 밤을 삶아서 으깬 뒤 냄비에 거의 동량의 설탕, 생크림, 럼주를 넣고 4~5분 끓입니다. 접시에 옮겨 산 모양처럼 만든 뒤 포크로 무늬를 내줍니다. 거기에 남은 생크림을 휘핑해 올리면 말 그대로 몬테 비앙코, 하얀 산이라는 뜻의 디저트가 완성됩니다. 

딱 보면 아시겠지만 거의 양갱처럼 달고 칼로리가 높지요. 

 

그런데 작가의 말에 따르면 약 25년 전에 유학을 갔을 때 놀랐던 것이 있었다고 합니다. 

처음 홈스테이 가정에 도착한 날은 아주 푸짐히 차려주었다고 합니다. 흔히 명절이나 우리가 생각하는 서양식 풀코스처럼 말입니다. 생전 처음으로 과식으로 기절하기 직전까지 갔다고 하네요. 

다음 날 나온 아침은 콩소메 수프, 달걀 프라이와 샐러드뿐이었다고 합니다. 하루 한 번은 토마토소스 또는 버터와 치즈에 버무린 파스타가 나오고요. 즉 손이 많이 가고 재료도 비싼 생선과 고기요리는 명절과 일요일에만 나온다고 합니다. 

특별한 날에는 힘주어서 많이 먹지만 평소에는 아주 소박하고 검소하게 먹는다고 합니다. 하긴 그래야 식비의 균형이 맞을 거예요. 그에 비하면 한국음식은 항상 어느 정도는 잘 먹는 편에 속할지도 모릅니다. 한식은 에너지 체계가 수평적인 음식이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치즈나 우유처럼 고단백질을 많이 쓰는 요리가 아니라 채소와 맑은 육수를 많이 쓰고 단백질과 기름을 아주 많이 쓰는 편이 아니라서 그렇다고 합니다. 그래서 눈으로 보이는 양이 적으면 과도한 다이어트식이 되는 느낌. 

요즘이야 설탕과 기름을 많이 써서 칼로리가 확 높아졌지만 말입니다. 

그에 비해 서양 음식은 오일과 치즈, 유제품류를 많이 써서 만들어서 그 부분을 단백질로 치는 것 같아요. 

얼핏 한국인, 일본인들이 보기에는 좀 가볍거나 양이 적다고 느껴지기 쉬운 것 같습니다. 사실은 아주 진한 음식인데 말이죠. (이상은 개인적인 평가입니다)

이런 차이를 만화로 봤을 때 흥미롭고 또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다 알고 있는 사실 같다고 실제로 겪으면 또 다른 기분이 들거든요.

 

그 외에도 스페인, 포르투갈의 요리와 브라질 전통요리 모케카, 요리는 아니지만 이태리 국민들의 마음을 울리는 누텔라 등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하나하나 맛깔나게 그려져 있습니다.

다만 작가 특유의 일본 옹호와 일본 음식에 대한 조금 지나친 칭찬이 아쉽기는 합니다. (특히 일본만큼 식문화가 풍부한 나라는 세상이 아무리 넓어도 찾기 힘들다는 부분에서는 그저 한숨이 나옵니다) 외국을 많이 돌아다니며 지치다 보면 조금 국수주의적인 면이 생겨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요.  

일본에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른 속도로 신제품이 출시되니 식문화에 대한 관심 자체는 지대한 게 맞겠지만요. 

편의점을 가보더라도 나름대로 다 먹을만하고 맛있으니까요. 

작가 개인 성향이 많이 드러나는 에세이 만화인 점을 감안하시고 본다면 즐겁고 재밌는 식도락 만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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