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만화의 플롯을 베꼈다더라, 하지만 나는 이 만화가 더 좋다, 애초부터 그 원작은 너무 유치했었다 등.
여러 의견이 있어도, 적어도 잘 만든 만화라는 데에는 반대하는 사람이 적은 그 만화.
시노하라 치에의 역작 하늘은 붉은 강가 만화 애장판의 1, 2권의 줄거리와 후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줄거리 - 평범한 소녀에서 알 수 없는 곳으로 끌려가다
1권의 줄거리
1995년 2월, 일본. 동급생 히무로를 좋아하는 평범한 소녀 스즈키 유리. 그야말로 화목한 가정의 3녀 중 둘째 딸로 태어나 평범하게 연애를 꿈꾸며.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학교 수조에서 이상한 손이 나와 유리를 휘감고, 그 뒤로 집안 욕조에서도 같은 일을 겪습니다. 무시하기에는 너무나 큰일이어서 유리는 고여있는 물 자체를 기피하게 됩니다.
그러다 집 밖에서 만나자는 히무로를 거절할 수 없던 유리. 다시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두려웠지만 만나서 그와 마음을 확인하고 즐겁게 데이트를 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공원 바닥에 고여있던 눈이 녹은 물 웅덩이를 밟는 그 순간. 그 이상한 손이 튀어나와 완전히 유리의 몸을 끌어당겼고, 유리는 필사적으로 수면밖으로 나가려고 합니다. 천신만고 끝에 나간 바깥에서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외국인들과 모르는 장소, 알아듣지 못할 언어. 전혀 알 수 없는 곳.
현대 일본에서 살던 평범한 15살의 스즈키 유리는 기원전 14세기 히타이트 제국의 수도, 하투샤에 나타나게 되고만것입니다.
이상한 인물이 나타난 하투샤의 성에서는 유리를 쫓아 몰려오기 시작하고, 유리는 도망칩니다. 뭐가 뭔지 알 수 없지만 본능적으로 도망을 치던 중, 한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그 남자는 유리를 숨겨주면서 키스를 하고, 유리는 다시 도망치다가 결국 잡히게 됩니다. 끌려가던
중에 이제는 그 나라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잡힌 유리는 나키아 황비를 만나 자신의 목에서 흐르는 피가 필요하니 산제물이 되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제단에 올려지고 목에 도끼가 내려오던 그 순간. 아까 자신을 구해준 제3 황자 카일 무르실리가 기지를 발휘해 상황을 모면합니다.
그의 거처에 묵게 된 유리에게 티토라는 시종이 고용됩니다. 자신의 여동생과 닮아 처음으로 조금 편안하게 쉬게 되는 유리.
그러나 여전히 유리의 피를 원하는 황비는 자객을 보내고, 티토는 유리를 지키려다가 온몸의 가죽이 벗겨져 죽게 됩니다.
그 모습을 본 유리는 복수를 다짐하게 됩니다.
2권에서는 첫 부분에 티토의 누나들과 아버지가 등장합니다.
상황을 모르고 이간질당한 누나들은 남동생의 복수를 하고자 자객으로 침입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유리는 독을 먹게 됩니다. 오해는 풀렸으나 숨이 끊어진 유리. 사실은 황비가 가사상태로 만들어 빼돌리려고 계획했던 거죠.
깨어나 도망치던 유리는 탈로스를 만나게 되고 그가 티토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티토를 죽인 즈바와의 결투를 앞두고, 탈로스는 검을 하나 골라 싸우라고 합니다.
거대한 덩치의 인피 사냥꾼 즈바가 곧 쫓아와 유리를 죽이려고 하지만. 결국 유리는 작고 낡은 단검으로 승리하게 됩니다.
탈로스는 그 검을 고른 유리와 카일 황자에게 모든 것을 바치겠노라 맹세합니다.
그의 세 누나들 또한 유리의 인성에 감복해 결국 그의 시종이 되기로 합니다.
조금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유리는 카일 황자의 동생인 잔난자를 만나게 됩니다.
유리에게 마음을 빼앗긴 카일은 자신의 동생 또한 유리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갈등에 휩싸입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황비는 또다시 계략을 짜 유리를 위험에 빠뜨립니다.
이상이 하늘은 붉은 강가 1,2권의 줄거리였습니다.
후기
"신분이란 건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지키기 위해 있는 것 아닌가요? 권력이 있다면 이런 때 쓰지 않고 언제 쓰나요?! "
네, 제발 그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
유리가 티토의 사형을 막고자 종횡무진 뛰어다니다가 나온 말입니다.
실제로 유리의 성격을 대변하고 있고, 이 만화의 기본적인 흐름이기도 합니다.
무식한 고대인에게 일침을 놓는 현대인의 도식인지는 모르겠지만 고대에도 현대에도 이 말은 지켜지지 않고 있으니......
유리는 그저 맞는 말을 하는 멋진 사람이에요.
이런 성격이 카일 황자도 주변 사람들도 매혹시키게 만드는 것이겠죠.
저는 개인적으로 카일 황자가 역사 설명을 해줄 때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하리스 강은 아나톨리아, 지금의 터키이며 동부에 그 근원이 있는 강입니다. 커다랗게 호를 그리며 흑해로 흘러 들어간다고 합니다. 이 강은 현재도 터키에서 '구즐 울마크'라고 불리며 그 뜻은 '붉은 강'이라고 해요.
처음에 유리가 가장 높은 성벽에 서서 하투샤를 내려다볼 때의 느낌과 카일이 붉은 강을 소개해 줄 때 어쩐지 저도 그 안으로 들어간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만날 수 없는 고대 히타이트 제국, 옛날 터키에서 부는 바람을 얼굴로 맞는 느낌.
처음 읽을 땐 고대 주얼리와 복식, 그리고 카일과 유리의 연애담에 엄청 집중해서 읽었어요. 지금은 그때보다 정말로 그때를 상상하면서 내가 거기에 가있는 듯한 느낌이 더 좋네요. 현대에 사는 게 훨씬 더 좋지만 그래도 그 시절의 낭만이라는 것도 상상해 보면서요. 상상은 그냥 무한대로 할 수 있어서 즐거워요.
그래도 여전히 카일과 유리가 어떻게 되었는지 잘 알면서도 첫 권에서 다시 설레곤 해요.
아주 심각한 상황에서 만났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으면서요.
지금은 소위 이세계물, 타임슬립물이 아주 많이 나와있죠. 하지만 왕가의 문장이 사실상 그런 만화들의 시초였고, 하늘은 붉은 강가는 바로 연이어 나온 초기만화라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왕가의 문장을 표절했다는 말도 있고, 어느 정도는 사실 비슷한 내용흐름을 보입니다. 몇몇 에피소드들은 주인공의 성격과 행동만 조금 다를 뿐 거의 흡사하기도 하고요.
저도 왕가의 문장 팬이어서 처음에는 탐탁지 않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 만화도 자기 세계가 나름대로 확고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두 만화가 같이 있으면 시너지 효과가 생겨 보완을 하는 점도 있거든요. 실제로 시노하라 치에 또한 그 점을 노린 것 같습니다. 원조에서 아쉬웠던 면을 조금 더 부각한 거지요.
어쨌거나 한국에서는 그저 철을 가장 먼저 만들어내 상용화시킨 나라라고만 알고 있던 생소한 히타이트를 잘 그려낸 만화라고 생각합니다. 상세한 고증은 그 시대를 살아본 사람(?)만이 알 것이고요.
하늘은 붉은 강가 애장판 1, 2권은 발행된지 꽤 되었지만 여전히 볼만하며 소장할 가치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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