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도 많은 팬이 있는 작가 모로호시 다이지로. 자료조사도 많이 해서 일본 고유의 풍습도 잘 재현하고 있어서 만화 내용이 민속학적인 내용이 많죠. 이번엔 나랑 후리오랑 교정에서 만화의 줄거리 소개와 후기를 쓸까 합니다.
줄거리와 정보
방주가 오던 날
난파선
진수의 숲
나랑 후리오랑 교정에서
늪의 아이
유사
쿠로이시지마 살인사건
성
파란무리
그림자의 거리
작가 후기
각 단편들로 이루어진 단편 모음집입니다.
상당히 고어한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작가 특유의 SF 공상과학물도 있고, 현대 일본, 안데스 산맥 비슷한 곳이 배경인 곳도 있습니다.
제일 오래된 단편은 파란 무리로 1981년 9월에 실렸고 제일 최근작이 성입니다. 1990년 12월에 나왔습니다.
'나와 후리오랑 교정에서'라는 표제작은 사이먼&가펑클의 'Me and Julio down by the school yard'라는 곡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참고로 전혀 상관없는 내용임)
후기 - 짧은 줄거리도 포함.
1. 파란무리
구약성경의 노아가 셈, 함, 야벳을 시켜 동물을 모읍니다.
그러다가 그만 실수로 그 동물들을 어느 별에서 잃어버리고 맙니다.
세 로봇들은 그 별에 있는 동물들을 대신 잡아와도 전혀 모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지구 동물들은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추고, 그 대신 지금 같은 동물들만 가득하게 되었답니다.
음.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와닿지 않았습니다.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하고요.
2. 난파선
우주선 선장이 배를 몰다가 우주의 묘지에 흘러들어 가 헤매다가 어떤 전파를 수신하게 됩니다.
초창기 그림체에 컬러 단편입니다.
귀엽습니다. 모로호시 작가 특유의 가벼운 SF 만화입니다.
3. 진수의 숲
고향에 잠시 돌아온 '나'는 고향이 무척 많이 변했음을 느낍니다. 하지만 어릴 때 놀던 진수의 숲은 그대로라는 말을 듣고 한 번 가보게 됩니다. 숲 속 신사를 걷던 중 어떤 아이들이 술래잡기를 하고 있는 걸 보고 자기도 끼워달라고 합니다. 흔쾌히 허락한 아이들. 열심히 놀던 나는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숨이 차오르도록 풀밭을 도망치고, 마을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진 것을 눈치챕니다.
작가는 일본의 유명한 민속학자 야나기다 쿠니오(柳田国男)의 '일목소승 그리고(柳田国男 一目小僧 その他)'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고어한 장면이 나옵니다. 반전시켜 놨지만 밥 먹을 때는 보지 않는 것이 좋을 듯.
나무를 신령으로 모시는, 실제로 있던 관습인 것 같습니다. 한국도 당산나무에 관련된 풍습이 있으니까요.
실제로 당한다고 생각하면 정말 섬뜩한 이야기라 생각이 들어요.
묘사가 압권이라 한 번 보셔도 좋을 듯.
4. 나랑 후리오랑 교정에서
전학생 후리 오는 본인이 초능력을 쓸 수 있다는 말들을 해서 왕따를 당하고 있습니다. 어느날 후리오는 UFO를 찾을 수 있다며 철봉에 한참 동안이나 매달려 있고, '나'는 어쩐지 호기심이 생겨 따라 해봅니다. 그러자 발 밑으로 거대한 그림자가 생기고, 하늘을 올려다봤지만 전혀 다를 게 없습니다. 후리오와 친구가 된 나는 후리오가 해주는 특별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가볍고도 묘한 이야기였습니다. 소년시절에 상상해 볼 수 있는 이야기 같았어요.
기묘한 이야기에 나오면 좋을 것 같은 시간여행 같은 단편. 재밌습니다.
5. 연못의 아이
산 헤수토바르 산에서 조금 더 가면 있는 차크타 연못. 바위산이라 인디오들도 잘 오지 않는 곳인데, 연못에 '두엔데'라는 존재가 산다는 소문이 돕니다. 두엔데는 처음에는 아기들이었습니다. 신부가 가서 구하려고 눈이 마주친 순간 심장마비를 일으켜 죽고 맙니다. '두엔데'란 사람이나 동물로 변해 인간을 잡아먹는 요괴를 뜻한다고 합니다.
흥미가 생긴 '나'는 그들을 찾아보게 됩니다. 이제는 어른 남자와 어른 여자로 변해있는 그들과 마주치게 됩니다.
아담과 이브를 뜻하는 건지, 아담과 릴리스를 떠올리게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남미 어딘가의 산맥에 있을 법한 신화나 민담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점수는 '보통'.
6. 유사
마을 뒤편 절벽에서 광석을 캐다 가공한 뒤 한 달에 한 번 오는 우주선에 싣는 일과 공장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마을. 그러나 이 마을은 이사 오는 사람, 새로 정착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습니다. 하지만 떠나려고 할 때마다 이상한 일이 생겨 결국 못 가게 된다네요.
오사무는 이 사막과 모래폭포만 있는 곳에서 떠나려고 합니다. 말리는 부모님도 그를 꺾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같이 가려고 한 친구들에게 사고가 생기고 맙니다.
상당히 철학적인 내용을 만화로 그리는 모로호시 다이지로. 이번 편도 그런 단편입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숫타니타파의 말 그대로 살아가면서 겪은 일들을 잘 그려놓은 것 같아요.
7. 쿠로이시지마 살인사건
쿠로이시지마는 본토에서도 다른 섬에서도 한참 떨어진 작은 섬입니다. 인구는 100명이 채 안되고 여름이 지나면 관광객도 찾지 않는 외딴섬. 그 섬에서 9월 7일, 아직 채 더위가 가시기도 전의 어느 날 살인 사건이 일어납니다.
벌거벗은 여자가 얼굴을 난자당한 채로 풀밭에 죽어있는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범인이 사키치, 피해자는 유키에라고 입을 모읍니다.
외부인은 없고, 현장은 발에 밟혀 훼손되었고, 비에 다 씻겨 내려가 어떤 흔적도 없었습니다.
시체는 마을사람들이 매장해버렸고요. 형사는 뭔가 찜찜해하며 수색을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죽었다는 유키에와 범인 사 키치에게서 전화가 오는데......
이거 백 프로 실화 같은데요.
지금도 섬에서 이런 일 있을 게 분명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번 편이 제일 압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처럼 사람들의 심리를 소름 끼치도록 잘 묘사해 놨습니다.
유일한 외부인이자 사건을 객관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형사. 제가 그 사람이라면 뒤도 안 돌아보고 빨리 도망치거나 아니면 대규모 수색팀을 꾸려서 오거나 둘 중 하나가 되어야겠죠.
고립된 사람들의 마음의 행로가 자연스럽게 진행됩니다.
아주 악한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인간들의 심리가 하나하나 모이면 이런 일이 생기겠지요.
전기톱 살인사건이나 신체 훼손보다 저는 이런 게 제일 무섭습니다.
그 외에도 일본의 샐러리맨 사회를 풍자한 성, 아직 장기이식에 대한 의논이 보편화되지 않았을 때 나온 파란 무리(이 편도 추천), 괴물이 나오는 그림자의 거리가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다 볼만하고 이야기도 잘 그려져 있습니다.
지금은 절판되었지만 구할 수 있다면 한 번 구해보시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작가 본인이 제일 좋아하는 단편들로 구성했다고 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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