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에서 제일 많이 쓰이는 것 중 하나가 용접입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그 일을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죠.
주로 중년의 남성들이 하는 일이고 어려운 기술이니 쉽게 접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만화! 어떻게 용접을 하는가에서 부터 작은 부품까지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특이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작가가 직접 용접을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그린 만화 말랑말랑 철공소를 소개하고 후기를 써볼까 합니다.
이 특이한 만화를 소개합니다.
작가는 원래 만화가가 아니라 용접을 하던 용접공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그만두고 전업 작가로 나선 것 같아요.
용접이라니,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지 않을까요? 처음 제가 책을 봤을 때도 참 낯선 세계를 그린 만화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1권을 펼쳐보면 첫 에피소드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플랫폼이나 입체 주차장처럼 강철에 둘러싸인 장소에서, 두리번거리거나 물끄러미 철기둥을 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십중팔구 용접공이다!!'
후기
페이지의 여백 부분에 '과연 당신은 이해하게 될까요? 이 세계를...' 이라고 써 놓았습니다.
손목 부분에 이상하게 탄 자국이 있는 사람, 겨울인데 피부가 그을려 부슬부슬 벗겨지는 사람 또한 용접공이라고 자신할 수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한창 끓는 사기냄비 뚜껑을 맨손으로 잡아 올리는 사람도 용접공일 것이고요.
또 용접불꽃이 자주 튀어서 튀김 할 때 얼굴에 기름이 튀어도 전혀 피하지 않는 사람. 눈에 화상을 입어 눈물을 줄줄 흘리며 걷는 사람 또한 용접공일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철은 섭씨 1550도에서 녹는데 용접 불꽃 중심부는 태양의 표면 온도 정도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그런 불꽃과 싸우며 물건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라니, 마치 불과 싸우는 소방관과도 어느 정도 비슷한 직업인 것 같습니다.
쇳물이 녹으면서 튀는 것을 '스퍼터'라고 합니다. 스퍼터는 여기저기 튀면서 화상을 입히는데 용접공들은 그런 일을 매일 겪는다고 하네요.
게다가 무거운 것을 너무 많이 들어서 40대에는 탈장이 오고, 고참은 손가락이 없으며, 반장은 왼쪽 눈이 실명되었다고 합니다. (한국도 그렇지만 대기업이 아니라 하청을 받는 중소기업들의 현실인 듯 합니다. 3D 산업에 속하니 부상이 심각한데 산재신청도 쉽지가 않다고 합니다)
주인공인 키타씨는 28살이며 경력은 5년 정도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음악을 하고 싶었지만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고 용접을 시작한 것 같습니다.
반장인 코지마씨는 그야말로 '옛날 사람'입니다. 일을 하나도 가르쳐주지 않고 어깨너머로 배우라고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젊은 세대인 키타씨는 막내인 요짱에게 일을 적극적으로 가르쳐줍니다. 원래 알아서 배워야 실력이 느는 거라고 코지마씨가 잔소리를 하자, 키타씨는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고 말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어디에서나 시대가 바뀌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이 만화에서도 그런 부분에서 차이가 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단위가 바뀌어서 불편하다고 투덜거리는 고참. 그렇지 않다고, 바뀐 단위가 일하기 더 쉽다고 속으로 중얼거리는 막내.
붓을 물에 적셔서 끝을 쥐고 신문지에 선을 곧게 그리며 용접 연습을 하는 고참. 자기 전에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게임으로 실력을 연마하는 막내.
시대가 바뀌어서 조금씩 형식이 바뀌어도 용접에 관한 열정은 대단하다고 생각 했습니다.
말랑말랑 철공소는 총 10권입니다.
그 사이에 키타씨도 아이를 낳고 코지마씨의 딸과 쌍둥이 아들도 대학을 가고 직업을 가지면서 시간이 흘러갑니다.
그래서인지 1권에서는 용접에 관한 상식이 풍부하게 있고, 뒷 권으로 갈수록 조금 더 살아가는 얘기가 많이 나옵니다.
이런저런 현실적인 사정과 개인의 생활을 섞어가며 얘기해 주는 부분이 재밌습니다.
심지어 생활에서 쓸 수 있는 소소한 팁까지 알려주니 학습만화라는 느낌까지 듭니다.
실제로 친구나 아는 사람 중 한명이 이 일을 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만큼 리얼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코지마씨의 딸인 사토코는 할머니를 간병하는 일을 돕고 있습니다. 병원에 가보니 할머니의 발꿈치를 띄워 줄 쿠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토코. 직접 쿠션을 만들려고 하는데, 치수를 어떻게 잴까 고민합니다.
그러자 코지마씨는 대략 쉽게 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그것은 바로 손을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자신의 신체 치수를 재어서 기억해 놓는 것이죠. 손가락의 길이는 대략 6~7cm 정도, 엄지 손가락 하나의 두께는 20mm, 손바닥은 100mm. 이런 식으로 자기 사이즈를 알고 있다면 필요한 재료를 대강 파악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배운 방법을 저도 잘 쓰고 있답니다. 실제로 제법 도움이 될 때가 많습니다. (꼭 한번 해보세요!)
성경에 구약 부분을 보시면 '몇 규빗'이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큐빗이라고도 합니다) 실제로 큐빗은 팔꿈치에서 가운뎃 손가락 끝 길이를 뜻하는 말입니다. 옛날 사람들은 정확한 도량형을 찾기 힘들어서 임의로 측정했기 때문에 이런 단위를 썼습니다.
대략 사람들은 비슷한 길이를 가지고 있으니 가능한 일이었겠지요?
어쨌든 이런 옛날 사람들의 지혜를 그대로 계승해서 실생활에 사용한다는 것이 몹시 흥미로웠습니다.
용접은 현대 기술문명이지 않나요? 용접으로 우주선도 만드는 시대지만 사람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 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모르는 세계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만화가 도움이 될 것 입니다.
또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꼼꼼하게 설명해 놓은 책이 재밌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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