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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리뷰, 감상

맛있는 러시아 만화 줄거리, 감상, 소식과 작가 소개

by 김토식 2023. 2. 3.
 
맛있는 러시아
그곳에 산다는 것은, 그곳을 먹는다는 것 위胃에서부터 시작한 유쾌한 이방인의 러시아 생활기!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러시아 가정식 레시피 수록 러시아는 ‘무섭다’ ? 러시아는 ‘맛있다’ ! 러시아인 남편과 함께 건너간 러시아 땅. 그곳에서 만난 것은 추운 날씨, 짧은 일조 시간, 낯선 사람들…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 1년간의 러시아 생활을 즐겁게 만들기 위해선, 일단 ‘음식’부터다! 가깝고도 먼 이웃나라에서 펼쳐지는 맛있고도 즐거운 코믹 에세이!
저자
시베리카코
출판
애니북스
출판일
2018.11.23

 

2023년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더 이상 특수작전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전쟁'이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지요. 도대체 이 나라는 어떤 나라이기에 이 시대에도 갑자기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나요?

조금이나마 이 나라를 맛보고 싶다면 시베리카코 작가의 만화 맛있는 러시아를 추천합니다.

줄거리, 감상과 작가 소개를 시작하겠습니다.

 

 

줄거리

 

작가 시베리카코는 러시아인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약 1년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머물며 겪은 일을 그렸습니다.

남편 P 씨는 자신의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1년이라도 살아보자고 하고, 작가도 그에 동의하여 현지 어학원에 다니게 됩니다. 

현지에서 살면서 해먹은 요리와 그 레시피, 요리에 엮인 문화와 본인이 겪은 러시아 생활을 그려내는 만화, 맛있는 러시아입니다.

 

 

감상

 

러시아 음식이라고 하면 보통은 보르쉬를 떠올립니다. 그것도 러시아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이라고 말할 정도일 것입니다. 게다가 실제로 먹어보기 까지 한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요?

저 또한 흑빵, 보르쉬, 스메타나, 블린늬, 삐로시키 정도만 알고 있습니다. 거기에 초콜릿은 할머니들이 많이 먹는 '알룐까' 정도입니다. 아기 얼굴이 그려진 그 유명한 초콜릿 말입니다.

러시아 문학을 많이 보신 분들이라면 '사모바르가 설설 끓고 있었다'라는 표현을 많이 보셨을 겁니다. 

생각해 보면 그 외의 러시아 가정식은 쉽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적어도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가 없는 사람들은 말이죠.

처음부터 보르쉬 끓이는 법, 비프 스트로가노프 소개가 나오는데 바로 따라 해도 괜찮을 정도로 자세한 레시피가 나옵니다.

간단해도 꼼꼼하게 과정을 그려놓아서 어떻게 하는지 알기 쉽습니다. 더불어 뒤에도 구체적인 계량이 된 레시피가 나와서 저절로 따라 하고 싶어 지게 만듭니다.

식사뿐만 아니라 홍차와 같이 먹는 디저트도 알려줍니다. 영국식 홍차는 우유를 같이 넣어서 밀크티로 많이 마시지만 러시아에서는 우유를 넣지 않고 레몬만 띄워서 마신다고 합니다. 제 추측이지만 추워서 우유를 항상 구하기는 힘들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어디까지나 추측이지 진실은 모릅니다) 이렇게 홍차를 마시는 방법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그렇게 마시고 있거든요. 달디 단 과자나 케이크와 함께 먹으면서 기나긴 겨울을 나는 게 아닐까요?

 

작가가 일본인이다 보니 쌀밥이나 초밥, 일식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동북아 3국, 즉 한국, 일본, 중국 쪽 사람들은 많이 공감할 이야기입니다. 빵을 많이 먹는 사람도 외국에 가면 밥이 그리워지기 쉽지 않나요?

춥고 해가 들지 않는 긴 겨울, 작가는 향수병에 걸리고 맙니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해가 뜨고 9시경에서야 겨우 밝아진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다시 오후 4시부터 어두워져서 5시에는 완전히 깜깜해집니다. 

일본은 홋카이도 같은 북쪽 지방을 제외하고는  따뜻하고 해가 빨리 뜨는 나라라, 아무래도 작가는 러시아의 겨울에 적응하기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쌀로 만든 초밥이나 배추를 이용한 전골을 만들어 먹으면서도 유자 폰즈 소스가 없다고 한숨을 내쉬는 모습에서 저는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한국 사람들도 샤부샤부를 만들어 먹고 소스도 일본풍 소스가 많이 수입되어 있으니까요.

미국보다 아시안 음식의 재료가 조금 부족할 때 느끼는 우울감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는 러시아인 커플로부터 결혼식에 초대를 받았는데, 몇 주 후 다시 청첩장을 받습니다. 왜냐고요? 바로 그날 푸틴 대통령이 예약하는 바람에 레스토랑을 변경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있을 법 하지만 특이한 에피소드죠?

이렇듯 생활에 밀접하게 닿아있는 묘사를 간결하게 표현을 잘하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자기 주변에서 일어난 일을 일기처럼 표현하거나 아니면 너무 백과사전식으로만 설명하는 책은 참 지겹습니다. 

이 만화는 개인적인 에피소드와 러시아의 문화와 역사를 '요리'라는 형식으로 잘 녹여내고 있습니다. 

잘 만든 음식은 신선한 재료를 쓰고 간이 잘 맞는 것처럼 그런 법칙을 잘 지키는 만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중간에 깔라복(칼라복)이라는 전래동화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느 날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구운 빵을 창틀에 올려놓고 식히는데 굴러 떨어지고 말았고, 깔라복은 갖은 위기를 넘깁니다. 하지만 결국 여우에게 잡아먹히고 만다는 이야기입니다.

러시아어를 배울 때 잠깐 들어봤던 동화인데 이 만화에서 언급이 돼서 즐거웠습니다.

꼭 처음 러시아어를 배울 때 같이 배우는 문화의 기억이 되살아나더라고요. 

손으로 쓰는 필기체도 제가 쓰는 글씨체와 비슷해서 더욱 현실감이 있었습니다. 잠깐 설명해 주는 러시아어 문법도, 러시아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과 기초를 조금 아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만화에서 가끔 가다 나오는 단어와 언어 상식들이 기억이 잘 남기 때문입니다. (저만 그런가요?)

격변화가 6가지나 되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으면서 꿈에서 까지 나오는 모습도 너무나 공감이 되었습니다. 

공포의 6 격! 복수까지 다 합치면 12가지 변화형이고, 명사와 형용사, 동사가 성별, 시제, 격에 따라 변화합니다. 거기다가 완료상과 불완료상(저는 이렇게 외웠지만 지금은 완료형과 불완료형으로 배우는 것 같아요) 변화까지 외워야 합니다.

러시아어 공부하는 사람을 더욱 힘들게 하는 건 불규칙 변화가 약 70% 정도 된다는 점입니다.

작가는 처음에 러시아와 관련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남편에게 길을 소개해주다가 결혼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난감했을지! 언어를 좋아하는 사람도 배우기 힘든데 말입니다.

하지만 작가는 찬찬히 문화와 언어를 습득해 가며 일본과의 차이점을 짚어냅니다.

같은 동양 문화권이라 이해와 공감이 잘 돼서 보면 아는 사람이 차근차근 이야기해 주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러시아의 문화와 요리를 알고 싶거나, 지식의 폭을 늘리고 싶다면 한 번쯤 읽어봐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식과 작가 소개

일본에서는 후속 편이 나왔는데 한국은 아직(23년 2월 현재) 소식이 없습니다.

정발본으로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작가 소개를 해보겠습니다. 

일본 사이타마현 출신, 현재는 도쿄에 거주하며 만화가 겸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입니다.

웹사이트 TOFUFU에서 늦지 않은 결혼을 연재 중입니다. 

더불어 구글에서 이름을 검색하면 트위터가 나오는데, 가끔 맛있는 러시아의 단편 에피소드를 그려줍니다. 

짧은 4컷 만화에 생활의 모습이 담겨서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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